Vanishing Point(소실점)         이은선

June 5 - June 27, 2014




이은선의 작업은 그 구조와 방식에 있어서 색의 사용과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De’에서 작가는 타인과의 땅 따먹기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선의 흔적을 벽화로 남긴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해봤을 게임을 상대방이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각 지역 별로 혹은 나라 별로 조금 다른 방식의 게임이 전개되고 이는 고스란히 작업에 반영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원하지 않아도 주어진 법칙을 통해 어떤 순간을 타인과 공유하게 된다. 그 순간은 우연의 산물이며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열린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게임이 시작되고 끝나는 생성과 소멸의 일회성은 전시가 끝나면 공간에서 사라지는 벽화의 성격과도 흡사하다. 작업 초기에 페인팅으로 게임의 과정을 기록했던 것이 벽화로 이어지면서 작업의 방식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Column b’에서 관객이 기둥을 감싼 풍선을 직접 부는 행위를 통해 기둥은 건축물의 일부분에서 하나의 작업으로 성격이 확대된다. 바닥과 천장 사이에 놓여 있는 기둥은 그 자체로 모호하다. 땅따먹기 게임은 확실한 영역을 상대방 보다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지만 풍선을 부는 행위는 게임의 법칙에서 자유롭다. 이 때 기둥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모호성은 관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촉매가 된다. 이은선의 작업은 타인과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 그 관계의 본질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색의 추상성이 나타난다.


색상이 결정되는 것은 작업의 순서에서 가장 마지막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편이 입었던 옷의 색깔이나 어느 날 인상 깊게 보았던 색상, 또는 주변에 있는 물건의 색 등이 모두 그 선택에 포함된다. 이은선에게 색이란 일종의 기호에 가깝다. 땅따먹기 게임을 통해 그려진 관계의 지도는 작가의 이러한 주관적인 결정에 따라 색상이 정해진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색이란 없으며, 한 번 정한 색깔이 어느 순간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는 경험을 온전히 즐기는 방식으로 이은선은 색을 통해 관계가 함축하고 있는 우연성을 시각적으로 실험한다.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나타난 조형적인 요소는 ‘Paper blossom‘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aper blossom’은 앞서 제시한 ‘De’와 달리, 종이 접기가 완성될 때 생겨난 흔적을 사진으로 담는다. 종이를 접는 놀이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선들의 우연한 형태가 2차원의 사진으로 남겨진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종이 모델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서, 보는 이는 종이를 접는 행위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Paper blossom’은 행동의 결과 보다 과정이 가진 시간성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 목적이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편의 마음을 읽는 경험을 통해 타인과의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이은선의 초기 작업에도 잘 나타나있는 데 그 중 하나가 ‘Deformed intimacy (2006)’ 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전시 공간으로 들어올 때 망원경으로 창문 너머에 있는 ‘Deformed intimacy’ 라는 과거의 영상 작업을 보게 된다. 망원경으로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관객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한다. 타인과의 만남은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긍정한다. 이은선이 전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소실점은 단순한 가상의 점에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너와 나의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된다. _정다경(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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