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당신의 마음 속이네        구명선

November 2 - November 30, 2016

갤러리 조선은 11월 2일부터 11월 30일 까지 구명선 작가의 '걷다 보니 당신의 마음 속이네'전을 진행한다. 구명선 작가는 회화의 장르 안에서 그가 처음 시작한 작업의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2006년도부터 현대인의 초상에 대한 작업을 해 온 구명선 작가는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캐릭터, 이모티콘 등 가상 공간의 이미지들이 현대인의 초상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지들의 탄생에는 산업화가 중심에 서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급속도로 발달된 과학산업은 인간의 삶을 단시간 내에 변화시켰다. 작가는 스마트폰,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이기들의 발전과 함께 외롭게 내버려지는 현대인의 감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대는 마치 빠르게 가속하는 자동차 같다. 변화를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나는 마치 감성의 멀미를 겪는 것 같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많은 의미들이 불과 20여 년 전과 다르게 변했다. '만남'은 이제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대화'도 얼마든지 다른 공간에서 가능해 졌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감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전시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감성의 '흐름'에 대하여 말하고있다. 본 전시의 소재인 비와 눈, 나부끼는 숲, 나무, 바람, 머리카락, 모피의 질감은 유동적인 '흐름'에 대한 표현이다. 시대가 변화하는 것과 그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술작가에게 중요하다. 우리가 겪어온 변화의 삶이 낮이라면, 감성이 쉴 수 있는 밤도 필요하다. 작가는 그것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전시장에는 밤의 풍경이 펼쳐진다. 밤과 같은 어두운 색의 연필로 소소하게 풀어낸 구명선 작가의 작업들이 관객들과 어떻게 만나게 될 지 주목된다.






작가노트




11초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녀는 추억을 담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와 그녀는 조금 낮아진 해를 등지며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날은 아주 긴 산책을 했었다. 그녀를 지치게 했던 한낮의 노란 해는 주황의 추억이 되고 있었고, 시원한 나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105km의 속도감과 기분 좋은 지루함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오늘의 순간을 어디엔가 담고 싶었다.




그녀는 사진으로 기억을 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방식은 너무 객관적인 것 같았다. 그녀가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두었다가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그 감흥을 잊어 버린 적이 많았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풍경이 그저 객관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만의 주관적인 기억을 정확히 담으려면 남과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그녀에게 글로 적어볼 것을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추억이란 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글을 읽으려면 찾아보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녀에겐 좀 더 우연적인 방식이 필요했다.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다시 우연히 찾을 수 있을 방법.
5분전 지나왔던 것만 같은 터널 속으로 차는 다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노란 터널 불빛에 그녀의 형체는 가려질 듯 다시 나타나고 다시 없어질 것 같은 울렁거림 속에 넘실거렸다.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이야기 했다.
"라디오를 켜보는 거야. 저기 저 터널의 끝에서. 그리고 혹시 들릴 어떤 노래에 지금 이순간과 우리를 담는 거야. "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그들을 가득 채웠다.




오후 4시35분
그들은 11초의 터널 밖으로 빠져 나왔다.
라디오에선 익숙한 연주 곡이 흘렀고 약 몇 초간의 묘한 공허함 후에 라디오DJ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그렇게 음악 속에 멈춰진 채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을 담았다.
키가 큰 햇빛과 별빛 같은 나뭇잎의 반짝임과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 그리고 그와 맞붙어있는 하늘이 펼쳐졌다.







Jon Brion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OST




구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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