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ng : The Green Ray: 김정은
《Moving: The Green Ray》 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광선의 타이틀에서 차용한 것이다. 영화 주인공 델핀느가 기대하던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하여 실망하며 길을 걷는다. 그녀는 우연히 스페이드 녹색카드를 한 장 발견 하는데, 델핀느에게서 녹색이란 나쁜징조이며, 징크스이다. 길을 걷던 중 물을 마시며, 노인들의 대화 속에서 녹색광선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녹색을 발견한다. 수평선 너머의 빛나는 녹색광선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 그리고 녹색 빛의 찰나를 마주한다. 이처럼 그 길 목, 그 찰나의 순간이 삶의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게도 많은 녹색신호들이 있었다. 예를 든다면 목마름을 채워주던 생수 한통에도, 길을 걸을때 선을 밟지않겠다고 까치발로 껑충거리고 뛰거나, 길 위로 떨어진 낙엽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때처럼 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중요한 일을 앞두고 평이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가끔 자기만의 행운의 신호를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결코 좋은 날만이 계속되지 않은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삶은 계속된다. 다시 떠나야 할 곳과 다시 떠나야만 하는 곳을 반복하며. 지도를 펼치고, 그 곳을 향해 길을 걷는 작가의 맵핑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