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OF DEBRIS: 파편의 흐름

16 August - 26 October 2025
  • 민성홍은 일상에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주변 상황이 변할 때 느끼는 불안과 같은 반응, 그리고 이것을 인식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그중에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난 뒤 본래의 사용 목적이 흐려진 채 남겨진 사물과 집기를 수집하고 해체한 후 재조합하여 가변적인 구조와 설치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브제가 합쳐진 구조물 위에 구슬과 레이스 같은 장식적 요소나 수집된 풍경 이미지의 표면을 변화시켜 개인이 외부의 변화와 맞닿는 지점을 촉각적으로 그려내려 한다.

     

    전시 제목 <Flow of Debris>에서 Debris (파편/ 부스러기)는 잘게 잘려 나간 또는 물건에서 떨어져 나간 조각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외부적 힘이나 흐름에 영향하여 구조적 변형을 가지거나 새로운 위치를 잡아나가는 토석류의 지질학적 현상들로 해석된다.

     

    평면 작업<Exercise for Painting, Exercise for Drawing, 2025> 시리즈에서 여러 곳에서 수집된 사물의 형태는 목재 파쇄기를 이용해 더 작은 조각들로 해체되고 쪼개진 후, 일반적으로 사회적 제도와 관습적 행정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색 볼펜과 건축에 활용되는 먹줄(Chalk powder)로 구획된 선과 색 위에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풍경처럼 뿌려지고 다시 정착하게 된다. 이는 현 사회에서 상황적 변화에 마주하여 집단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위치에 정착하고 각자의 영역을 형성해 나가며 다시 집단화 되는 적응의 과정들을 보여주려 한다.

     

    작가에게 파편화된 사물은 단순한 사물의 의미를 넘어 분신적 의미를 가진 대상인 동시에 외부로부터 부여된 고정성을 탈피하고 다른 존재들로의 변화 가능성에 무한히 열려있는 존재이다. 노마디즘적 사고가 반영된 작가의 사물은 주변 환경에 따라 자아 정체성의 변화를 꾀하거나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려는 욕망이 투영된 대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의 오랜 주요 작업적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이주', '이산'의 개념은 말 그대로 물리적 이동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식적, 상황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상과 비일상, 과거와 현재, 주체와 객체,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 체계 변화 자체를 상징한다. 이처럼 버려진 사물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 과정 자체는 작업의 개념적 의미와 연결된다. 이러한 상징을 통한 의미 효과는 작업 과정이 결과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과정 미술의 영향이 드러나는 작가의 작업적 특성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집한 오브제를 변형하여 신체적 형태를 부여하고 크리스탈 라디오를 결합한 <순환하는 신체_ 안테나 새, 2025>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크리스탈 라디오는 게르마늄 라디오 또는 광석 라디오로 불리며 특별한 전력 없이 미세하게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전파를 소리로 변환하는 장치이다. 작가는 그간 개인과 집단, 사회의 관계망 안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욕망의 생성과 변형, 이동을 다루는 작업 태도를 보여주며, 보이지 않는 주변의 흐름을 송수신하는 안테나라는 재구조화된 오브제를 사용해서 작가가 그동안 견지한 작업 개념을 전파라는 매개체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설치 작업은 유동적인 연결 구조를 가지며 공간에서 확장될 수 있는 구조체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대상 하나하나가 지닌 내적 의미뿐 아니라 외부와의 연결점과 관계성을 찾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