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및 NFT 작가인 케빈 하이스너의 작업은 ‘촉각’과 ‘코드’ 사이를 오가며, 생각이 형상으로 변하고 다시 형상이 생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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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조선 2층에서 열리는 〈SIGNAL ON SALE〉 전시는 안국역 일대에서 여러 갤러리가 파빌리온 형식으로 각자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디지털 쇼케이스의 일환이다.
갤러리조선은 세 명의 작가와 함께한다. 조각과 미디어를 전통적인 예술 형식으로 다루는 정정주, 디지털 작가 Axl Le, 그리고 NFT와 AR 기술을 활용하는 Kevin Heisner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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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란 무엇인가?
미디어아트와 디지털아트는 비슷하게 여겨지지만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미디어아트는 매개체로서의 작품의 속성에 대해 주목하고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매체의 한게를 넘어서려는 시도였던 것 같아요. 움직이는 그림인 영상, 기계적인 이미지 복제인 사진, 시각중심의 감상에서 모든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빛과 소리, 공간, 흔적등 복합매체 사용이 특징이죠. 제 작업들도 전통 조각이나 회화와 달리 보는 주체와 대상을 보다 유동적으로 작품 구조안에 포함시켜 시각 감각을 전복하는 시도를 했었고 최근의 빛과 영상 작업들도 건축적인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형구조와 결합시켜 관객의 신체가 가진 스케일, 공간 감각을 자극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요.
디지털아트는 엑셀이 언급한 것처럼 매체 자체, 특히 컴퓨터의 디지털 연산을 기반으로 세계를 보는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제작 기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날로그 시간과 디지털 시간 차이로 느껴져요. 베르그송이 시간의 지속 개념 이야기하면서 분절된 점으로서 시간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원래 흘러가는 시간이나 사건을 점으로 나눠서 그 점이나 점들의 집합을 분리하고 복제하고 변형시킬 수 있게 된게 제일 큰 변화인것 같아요. 기억과 정보도 디지털 데이터화되고 이걸 사진이미지, 영상, 3D출력, 인터넷, 가상, 인공지능까지 거대한 세계와 연결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적인 세계관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엑셀의 AI기반 영상작업들이 그 특징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정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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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퍼포먼스와 도시 건축물의 표면 및 색채가 교차하는 영상을 LED 전광판에 상영하며, 이에 직각으로 결합된 거울 마감 스테인리스 패널(mirror-finished stainless steel panel)에 영상이 반사되고 왜곡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구성 요소가 통합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작품의 조형적 완결성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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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관람객 여러분께,
“디지털 아트란 무엇인가?”
저는 그 개념을 비교적 좁은 의미로 정의합니다: 어떤 작품의 생성, 구조, 혹은 감상 방식이 본질적으로 계산 가능한 과정(예: 코드, 알고리즘, 실시간 렌더링, 데이터 모델 등) 에 의존한다면, 저는 그것을 ‘디지털 아트’로 분류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디지털 아트(좁은 의미)’란, 그 창작 메커니즘 자체가 계산 가능성(computability) 을 필요 조건으로 하는 예술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합성, 프로그래밍 생성, 신경망 재구성, 인터랙티브/실시간 렌더링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형태는 디지털 드로잉과 일러스트, 3D 모델링과 디지털 조각,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영상예술, 생성예술과 알고리즘 아트, 인터랙티브 설치, VR/AR 예술, 넷 아트, 디지털 사진과 이미지 프로세싱, 게임 아트 등 다양할 수 있습니다.
많은 초기 현대미술이 ‘디지털적 내용’을 다루었지만, 그 제작 과정이 디지털 연산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작업들은 오히려 개념미술이나 기타 장르의 예술로 분류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백남준의 작업은 디지털 아트라기보다 미디어/영상 예술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아트는 영상이나 설치로 나타날 수 있지만, 모든 영상이나 설치가 디지털 아트인 것은 아닙니다. 판단의 기준은 그 내부에 ‘계산 가능한 구조’ 가 존재하느냐입니다.
저는 좋은 디지털 아트란 단지 “디지털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속에 기술에 대한 성찰, 비판, 그리고 상상력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품만이 오래 지속되는 예술적 가치를 갖습니다.
이번에 전시하는 〈Digital Eden〉(디지털 에덴) 은 제가 3D 애니메이션, 게임 엔진, 인공지능 생성 기술을 사용해 만든 시각적 디지털 유토피아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과연 기술은 진정한 ‘천국’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과 욕망이 조종하는 디지털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이 공간에서 저와 함께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Axl Le Y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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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를 통해 구매한 이용자에게는 한국어와 영어 자막이 모두 포함된 《Digital Eden》이 보안 USB 형태로 제공된다. 이 버전은 원본 영상이 영어 자막만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Signal on Sale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이다. 원본 영상은 블록체인에 영구 보존되어 디지털 예술의 지속성을 증명한다.
악슬러는 NFT를 유통의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NFT로 업로드된 모든 이미지가 디지털 예술로 정의되다는 생각을 재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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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인터뷰
gallerychosun: 안녕하세요, 제가 본 바로는, 작가님의 작업은 NFT 기술을 진정한 디지털 아트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가님과 같은 디지털 아티스트를 떠올릴 때, 경매에서 높은 금액에 거래된 크립토펑크(CryptoPunks) 같은 작품을 먼저 생각하곤 합니다. 요즘 수많은 크립토펑크 거래가 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Kevin Heisner: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질문 자체에도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저에게 크립토, NFT, 그리고 예술은 서로 겹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세 영역입니다. 때로는 조화를 이루지만, 때로는 모순되기도 하지요. NFT를 둘러싼 많은 오해는 이 교차점에서 비롯됩니다. 한 세계를 다른 세계의 관점으로 해석하려 할 때 생기는 간극 때문입니다. 각 영역은 그 안에서도 다양한 분화와 변화를 품고 있습니다. 분열과 통합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이 어쩌면 자연의 질서와도 닮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작업을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비교할 때, 대부분은 그 매체나 철학보다는 시장의 역사나 경매가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게 NFT는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진정성, 연속성,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고의 형태가 추적 가능한 살아 있는 디지털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에 관한 것입니다.
경제, 미학, 철학은 모두 아직 진화의 과정에 있습니다. 새로운 원소를 설명하려 애쓰는 언어처럼, 그것들은 종종 속도와 규모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 붕괴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AI나 양자컴퓨팅 같은 기술을 잠재적 동반자로 봅니다. 그것들은 이 새로운 예술, 암호, 그리고 의식의 교차 공간 속에서 혼잡을 걸러내고, 신호를 포착하며, 의미를 명료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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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ments
‹Elements›는 ‹Spirit Snacks›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시리즈로, 에너지와 진동을 시각화하기 위한 또 다른 접근 방식을 탐구한다. 각 작품은 정교하게 3D 프린트된 나일론 ‘스피릿(Spirit)’이 플라스틱 바위 베이스 위에 놓여 있으며, 그 아래에는 작가가 직접 짠 융단이 깔려 있다. 이 구성은 일본 료안지(龍安寺)의 석정원을 연상시키며, 명상적 기하 구조 속에서 관객이 영성과 자연, 그리고 비가시적 세계의 관계를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이 시리즈는 이러한 조화의 구조 속에서 3D 프린팅 이후 조각이 새롭게 획득한 감각적 현실을 드러낸다. 여기서 ‘프린트된 형상’은 단순히 가상의 모델을 복제한 결과물이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가 물질로 전이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케빈 하이즈너에게 3D 프린팅은 기술적 수단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매개하는 감각적 통로이며, 그 과정에서 조각은 더 이상 손의 노동이 아닌 알고리즘의 리듬으로 구성된다. ‹Elements› 시리즈는 이러한 ‘프린트된 형상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다시 실재로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물질적 감각이 형이상적 차원과 다시 연결되는 새로운 조형적 층위를 제안한다.
러그와 3D 프린팅 조각은 서로 부착되어 있지 않으며, 분리 가능한 독립적 구성 요소이다. 따라서 작품 이용자는 조각들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직접 배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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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in the Clouds - Seoul Edition
성본: 젤라틴, 포도당 시럽, 타르타르산, 천연 과일 추출물, 천연 식물성 식용 색소, 소르비톨 분말, 소르베이트 칼륨
‹Head In The Clouds Eureka Gummies NFT›는 예술과 소비의 경계를 교란하며, 디지털 아트가 ‘체험의 상품화’를 통해 새로운 장르로 확장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Shlumper(A.K.A. 케빈 하이즈너)의 실제 식용 젤리 브랜드 Spirit Snacks Edibles와 연결되어 있으며, NFT를 소지한 참여자만이 Spirit Snacks Lab이라는 가상 실험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예술이 감상의 대상에서 벗어나, 참여와 구매를 통해 ‘소유의 경험’을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품은 비디오 루프 NFT, 현실의 젤리, 홀로그램 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은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적 사물이 하나의 유통 구조 속에서 상호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아트가 예술 시장의 외연을 넘어 ‘소비의 감각’을 매개로 관객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NFT는 단순한 소유의 증명이 아니라 참여를 전제한 ‘관람의 권리’를 상징하며, 예술은 소비 행위와 놀이적 체험이 교차하는 하이브리드 장르로 변모한다. 슐럼퍼의 작업은 이러한 감각적 소비 구조를 미학적 재료로 활용하여, 디지털 시대의 예술이 경제적 관계망과 감각적 체험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Head In The Clouds Eureka Gummies NFT›는 유통, 소유, 향유가 하나의 미학적 사건으로 융합되는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 소비 예술’을 제시한다.
젤리는 소비될 때에만 예술이 된다. 물리적 세계에서 사라지지만, 블록체인 위에서는 무한히 지속되는 감각적 순간이다. NFT는 그 기록이자 그릇으로서,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진위를 보증하고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NFT를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신뢰와 지속, 놀이가 공존하는 물리와 디지털의 공명 구조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