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view] 반복되는 문장으로 주름을 연습했다

안상훈
April 16, 2022

두 개의 문 지하 1층에 선보이는 작업의 시간이기도 한 2015년, 독일의 오래된 농장에서 레지던시를 했다. 내 개인공간에는 침실과 작업실 사이에 70~80cm 폭의 공간을 품은 두 개의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나의 문을 열고 마치 코가 닿을 듯 다음 문을 열기 전까지 공간이 침실과 작업실 그리고 그 둘의 사이의 공간으로 구분되며 열리고 닫히며 고유의 공간적 특성을 유지하며 또한 연결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 기억이 모티브가 되어 지하에 두 개의 문이 설치되어 계단을 내리고 오르던 기존의 시간 흐름을 바꾸어 모호한 시간과 공간을 감각하고 연결하고 분리되는 장치로 역할을 한다. 가벽 (주름), 38개의 이미지(2013~2015년)로부터, 244x272cm 기둥을 중심으로 이 공간을 유영하던 체취, 작품의 냄새, 습기, 먼지 등 공기의 흐름을 타던 것들이 벽을 이루었다.

 

고체화된 벽에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 공간(갤러리조선)에서 진행됐던 38개의 전시 이미지들이 판화용 조각도로 새겨졌다. 의도적으로 물감이 마르기 전 물감을 올리며 과거의 습기를 머금은 페인트는 롤러가 왔다 갔다 할수록 고유의 색들이 묻어나기를 반복하다가 비로소 섞이기 시작했다. 그 뒷면 10개의 회화 이미지는 공기가 흐름을 유지한 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