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자리: 이윤이

4 - 30 November 2025
  • 《태양의 자리 Solar Grounds》는 “미술 공간이 정신적 교류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특정한 종교적 대상을 전제하지 않고, 삶에 대한 경건한 태도로 가능한 예술에 대한 옹호와도 가깝다. 각각의 작품들은 신앙의 대체물로서가 아니라, 감각을 매개로 한 표현 형식으로서 전시장을 점유한다. 이윤이의 작업은 레지던시 체류와 같이 떠날 것을 전제한 머묾의 윤리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는 완결되지 않은 여정 속에서 관계와 교류의 흔적을 기록하는 방법론이 작동한 결과로 제시된다. 한편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통로에 놓인, 실내를 향한 창문과 전시장 내부에 세워진 스테인드 글라스 제작법을 응용한 작업은 전통적인 하늘 지향성을 뒤집는다. 마치 땅의 물질과 감각을 통해 신성함의 방향을 땅으로 되돌리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이 전시는 기록 행위를 수행한 장소와 창작물을 선보이는 미술 공간을 ‘공동체’ 중심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로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추고, 함께 바라보는 순간 속에서 작동하는 감응의 윤리. 《태양의 자리》는 바로 그 감응이 작동되는 공간이다.



    이윤이

    서울과 뉴욕에서 문예창작과 복수매체를 공부했다. 2014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 《두 번 반 매어진》을 시작으로, 2018년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내담자》를 발표하고, 같은 해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했다. 2019년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싹 다 살아졌음》, 2021년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A Son Older Than His Father》를 개최했다. 2021년 《Chicago Review》 가을호 ‘한국 현대시와 여성 시인’ 특집에 비주얼 포트폴리오가 소개되었으며, 2023년에는 제주도에 관한 아티스트북 『오늘 오름 Gravity toward the Island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