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위치에서 그려지지 않은 그림은 고정되지 않은 채로 보아야 한다. 감상은 그림을 그릴 당시의 발걸음을 닮아보려는 시도가 전제되면 더 명쾌해진다.
<Circuit>은 전시장 내의 원형 동선을 활용해 화면에 보이는 형상을 자연스레 몸에 내재해 화면 위의 형상이 관람 동선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는 시도를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반쯤 해체된 이미지, 그려지다가 만 선, 이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색면들, 나는 이들이 결국 원형의 서킷 위에서 모여들 수 있도록 동그라미를 화면에 그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이 작가를 떠나 감상의 ‘대상’이 된 다면, 자연스럽게 내가 시간의 쌓임이라고 말하는 표면에서 다시 어떤 이미지가 발굴될 것이다. 이처럼 작업 위 형상들 과, 작업 속 이야기들이 순환하는 전체적인 상황을 은유하는 전시 공간과 동선을 상상했고, 이를 위한 장치를 전시장에 구성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관객은 서킷 위에서 몇 번의 레이스를 즐기고, 각자의 악보를 구성하고, 퇴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