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n the Move: 2019

Asia Culture Center, Gwangju, Korea

자동차를 타고 어두운 공간을 빠르게 가로지르다 보면 어두운 밤 풍경 속에서 점점이 있는 집이나 가로등 불빛들이 지나간다. 어두움 속 빛들을 보며 서서히 각 빛들과 나와의 거리를 연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공간의 모습을 떠올린다. 또 특별히 어두운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에 대해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본다. 잠시 후 내 머리 속에서는 어두움 속의 몇 가지 단서들이 조합된 풍경이 그려진다.

 

빛, 혹은 사물에 반사된 빛을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주체인 신체는 신체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점이자, 공간과 사물에 정신성을 투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눈은 공간과 관련된 빛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감각기관이다. 눈을 통한 시선은 빛의 형태와 움직임, 광원을 인식할 수 있고, 빛이 공간의 구조와 연관돼서 변형되고 이동하는 모습을 감지한다. 시선은 광원과 광원으로부터 비롯된 빛의 여러 모습들을 응시하는 존재감을 갖는다. 사람들은 빛을 통해 대상을 본다. 하지만 눈은 외부로 향한 투명한 창이 아닌 외부의 대상에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 즉 고기덩어리이다. 시각적으로 본다는 것은 감각을 통한 빛의 경험이며 빛의 눈부심에 대한 경험이다.

 

형이상학적인 세계가 물리적인 사물로 육화되듯이 빛은 형이상학과 물리적인 세계에 걸쳐 있다. 이것은 빛을 경험하는 감각의 마비가 단지 보지 못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도시의 마비, 관계의 마비, 감정의 불안정과도 연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경험하는 불안의 근원을 찾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불안은 나로부터 벗어나 가족, 집, 국가, 공동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가장 나를 안정되게 담는다고 여겨지는 그릇의 균열과 불안정은 내 불안의 연쇄반응에서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불안을 모형화한 내 작업들 속에서 불안은 빛을 마주본 후 경험하는 눈부심과 같이 빛의 잔상으로 어른거린다. 이번 전시는 불안의 실마리인 광주의 역사와 장소, 기억에서 출발해 빛을 매개로 한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가상화된 이상공간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 기억과 역사에 대한 단면을 드러내며 빛에 의해 보여지는 대신 기억과 감각, 감정을 통해 경험되는 세계의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February 20,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