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Between Scylla and Charybdis

공간파도 PADO 2025.10.29-11.12

전시 제목인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는 진퇴양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비유하는 영어 표현 ‘Between Scylla and Charybdis’에서 출발한다. 전시에서는 ‘작은 것은 가까이서 보면 커지고, 큰 것은 멀리서 보면 작아진다’라는 스케일에 대한 전형적인 몸의 작용에 대한 인식을 전복한다. 

회화 작업을 감상하는 것은 화면 위 이미지를 어떤 거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각하게 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이 된다. 회화 작업의 범위를 그 회화를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플로어, 그리고 그 플로어 범위를 만드는 벽으로까지 확장시킨 다음, 적극적인 벽의 활용을 통해 관람객의 동선을 강제한다. 

큰 그림은 가까이에서 크게 볼 수밖에 없고, 작은 그림은 멀리서 작게 볼 수밖에 없는 확정적인 전시 동선은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회화 작업을 감상하는 물리적인 거리를 제한하게 된다. 본 전시는 전시장에서 전체를 확보하기 위해 그림으로부터 멀어지고,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그림에 다가가는 관람자의 운동을 차단함으로써 관람객의 자율적인 거리 조정이 제한된 상황에서의 딜레마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기획이 거리와 시야, 그리고 신체가 갖는 스케일에 대한 감각에 어떤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지 실험하고자 한다. 

 

전시는 박지원과 이지연의 캔버스 위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구성하는 붓질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 그리고 그 차이를 강조하는 거리감의 활용을 바탕으로 가까움에서 어떤 것을 보고, 멀어짐 속에서 무엇을 해석하는지를 되짚을 수 있는 상황을 제안한다.

이 실험을 통해 보는 이는 큰 것은 상대적으로 멀리서 볼 때 ‘큰 것을 작게 봤던’, 작은 것을 가까이서 봄으로써 ‘작은 것을 크게 봤던’ 스케일의 착오를 잠시나마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큰 것은 크고 작은 것은 작다. 그림들 사이의 관계, 그림의 서사나 그림 이면의 이야기들은 이 실험에서 잠시 덜어내어지고 물질이 남는다. 그림의 물리적인 크기만은 변하지 않고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스케일로서의 물리적인 환원은 조금 더 솔직하고 날 것의 상태로 물감과 그린 이의 시야와 경험을 보여준다. 

 

박지원과 이지연은 작은 것을 작게, 큰 것을 크게 보아야만 하는 상황을 가정 한다. 선택권을 잃은 공간 안에서는 그림으로부터 멀리 도망칠 수도, 마음껏 다 가갈 수도 없다. 터치로 확대와 축소가 자유자재로 구사 가능한 디지털의 세상과 달리, 현실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에게 이미 주어졌기 때문이다. 

29 Ap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