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Rolling on the ground, 문래예술공장, 서울

작품 제목인 〈다시락(多侍樂)〉은 ‘다시래기’ 굿에서 가져온 것이다. 상주와 유족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한 장례의 놀이다. 옛 풍습에서 상을 당했을 때, 처음에는 곡을 하고 울다가고 장례를 치를 때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를 주변으로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망자를 보냈다. 다시락은 여러사람이 같이 즐기며 산자를 위로하는 놀이이고 상실의 슬픔을 넘어서 새로운 시작과 탄생을 기다리는 순환의 방식이다. 전시장에 놓인 이 다시락의 조형물 역시 슬기로운 애도의 방식의 하나로서, 슬픔을 이겨내는 역설적인 즐거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이주를 선택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던 사람들의 행위인 ‘이동’을 작업에 불러들였다. 대신 그들이 버리고 떠나버린 물건들을 조합하여 이동 가능한 사물로 만들었다. 이처럼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들은 쓸쓸함의 흔적 이라기 보다는 화려한 축제의 주체가 된다.

 

<Rolling on the ground>는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린 산수화 액자를 수집 후 변형시켜, 바퀴가 달린 만화경을 만든 작품이다. 작품 제목 ‘Rolling on the ground’는 어떤 사물이 바닥을 구르며 조금씩 상황에 맞춰 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물을 굴리는 또는 이동시키는 반복적 행위 과정에서 ‘주체’와 ‘객체’는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로써 대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태도를 전복시키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케 함으로써 마침내 그 둘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작가는 피력한다.

February 2, 2024